토목시공기술사 1차(필기) 합격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시작
기술사 시험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칠 생각은 없었다. 학교다닐 때부터 들어봤던 자격증이지만 기술사라는 것은 박사학위 따는 것 만큼이나 한 분야에 있어 전문가들만이 딸 수 있는 것이고 합격률도 그만큼 낮은, 기술직으로는 딸 수 있는 제일 높은 등급의 자격증이었으니 시도할 엄두도 못냈다는 게 맞겠다. 큐넷(www.q-net.or.kr)에 공지되어있는 기술사의 검정기준은 아래와 같다.
기술사 검정기준 : 해당 국가기술자격의 종목에 관한 고도의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에 입각한 계획ㆍ연구ㆍ설계ㆍ분석ㆍ조사ㆍ시험ㆍ시공ㆍ감리ㆍ평가ㆍ진단ㆍ사업관리ㆍ기술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 보유
그런데 회사 생활도 어느 정도 했고 그 자리에서 안주하고 있을 2019년에 팀 내에 토목시공기술사가 2명이 나왔다. 둘 다 나보다 선배이긴 했지만, 평소 매일 보던 동료가, 그리고 나와 나이 차가 별로 나지 않는 주변 사람이 기술사를 땄다는 것을 보고 나도 한번 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시험 준비를 했다는 것도 몰랐는데 각자 출근 전/퇴근 후 개인시간을 활용해서 준비했다고 하는 것을 듣고 나도 2020년에는 기술사를 따보자란 생각으로 2019년 12월에 무작정 A학원 인터넷강의와 책을 구매했다.
중도포기
학교 시험은 정해진 날짜에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고 학생 신분으로서 당연히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루는 것이라 열심히 했었는데, 자격증 시험은 달랐다. 자격증 시험이라는 것은 안(못)딴다고 해서 남들이 뭐라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스스로 목표를 세워서 노력해야하고, 특히 직장인이 되다보니 정말 없고 없는 개인 시간을 쪼개면서 공부를 해야하니 힘들었다. 평일에는 회사 출근(아이 어린이집 등원)+근무+퇴근(아이 어린이집 하원)+퇴근 후 아이 씻기고 저녁 준비를 하고 나면 아이 재우다가 같이 잠들어버리고, 주말에는 가족끼리 바람이라도 쐬러 밖에 나갔다와야할 것 같고…. 결국 일주일에 1~2시간 공부하다가 인터넷 강의의 1/4도 다 듣지 못하고 ‘일시정지’를 해버리고 포기해버렸다.
123회
그렇게 2020년도 어영부영 지나가고 있을 때 같은 팀이었던, 이제는 다른 회사로 이직한 동기이자 동생 P가 건설안전기술사를 취득하고, 토목시공기술사 1차 필기도 합격했다고 소식을 들었다. 나는 준비하다가 포기했는데, P가 기술사를 벌써 2개째 도전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해보자라는 의지가 불타오르며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2020년 12월, P에게 연락하여 어떻게 시험 준비를 했는지듣고, 본인이 작성한 서브노트 사본을 받았다. 2021년 첫 시험이 1 월 30일이니 거의 2달동안 정리된 노트만 보면서 달달 외우면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불합격하더라도 합격점수에 근사한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으로 정리된 서브노트만 보고 또 봤다.
그리고 123회 필기시험.
1교시 때 문제를 받아들고 보니 2문제는 공부하면서 봤던 문제, 4문제 정도는 조금 적을 수 있겠다 정도? 나머진…머리가 하얘지는 수준. 답안지를 적으면서 ‘아… 4교시까지 앉아있는 연습이라도 잘 하고 가자’ 란 생각으로 바뀌었고, 100분동안 6문제만 아는대로 충실히 적었다.
2교시가 되어 문제를 받아보니 1문제는 쓸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나머지는 도저히 아무렇게라도 쓸 수 없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4교시까진 앉아있어야지…’란 생각으로 아는 1문제를 1시간동안이나 작성했다. 그리고도 아직 40분이 남았는데 나머지 문제는 손도 못댈거 같고…. 그러다 문득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이 들며 그 자리에서 일어나 시험장을 나왔다.
124회
시간이 지나 123회 점수가 나왔고, 결과는 당연히 불합격이지만 희망적인 사항은 1교시에서 알고 작성했던 2문제는 각각 21점, 20점(30점 만점 기준)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123회를 보면서 느낀 것은 1. 이정도 공부로는 어림도 없겠구나 라는 것과 2. 나만의 서브노트를 만들어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였다. 2019년에 결제했다가 정지했던 A학원 인터넷강의를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며 나만의 서브노트를 만들었다. 용어 위주로 노트를 만들되, 인터넷으로 잘 만든 사람의 노트는 모방하고, 한 페이지에 그림, 그래프, 차트, 표 등이 모두 들어가게 노력했다. 한가지 아이템으로 한 페이지 작성하는데 기본적으로 30분 이상씩은 걸렸고, 1시간이 걸린 적도 있었다. 그렇게 5월 초까지 노트 만드는데 시간을 썼고, 2주간 공부한 후 5월 23일에 124회 시험을 쳤다(다행히 5월은 휴직을 해서 2주지만 아이 등원시킨 후 하원시간까지 공부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물론 모르는 문제가 있었지만 어떻게든 아는 지식을 쥐어짜서 답안을 작성했고 4교시까지 무사히 치루었다. 시험을 치룬 후 예상한 점수는 50점 초반대 나오지 않을까…? 정도.
125회
124회 필기 점수가 나왔는데, 144 + 151 + 200 + 187 = 682점으로 평균 56.83점이 나왔다. 50점 초반대를 생각했던 것 대비 평균점수가 잘 나왔고, 3교시 서술 점수가 200점이라 놀랐다. 대신 합격하려면 1교시 용어 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던데, 144점이라 너무 낮았던 것은 아쉬웠다. 124회가 끝나고나서 1주일만 쉬고 125회를 준비해야지..........했지만 1달 이상을 거의 다 쉬었고, 125회를 2주정도 앞두고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오래 쉬어서 다시 보는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전에 봤던거라 그런지 전보다는 머리 속에 빨리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절대적인 준비 시간이 너무 짧아서 이대로 시험을 치는게 맞을까?란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경험삼아 쳐보자란 생각으로 125회에 응시했다. 그런데 1교시를 쳐보니 '음? 생각보다 할만한데?' 정도였고, 2~4교시도 100%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리한 서브노트에서 한번씩 본 내용이라 써볼 수는 있겠다정도 느낌이었다.
합격
125회 필기 점수가 나오는 9월 10일 금요일. 준비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열심히 노트도 만들고 시험 쳤는데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 생각에 잠도 많이 설치고 새벽 3~4시쯤 눈을 떴던거 같다. 아무렇지 않은 듯 출근하고 자리에 있었지만 아침 9시에 카톡이 오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머리 속은 복잡했다. 그런데 아침 9시가 되어도 카톡은 울리지 않았고, 조금 실망한 기분으로 Q-net 어플에 접속하여 로그인 했는데, 합격이라는 글자를 보고 너무 기뻤다. 혹시 오류가 있어 잘못 된 것은 아닐까… 합격자 수험번호 리스트까지 다시 확인하고 나서야 정말 합격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점수는 199 + 170 + 179 + 173 = 721점, 평균 60.08점. 정말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은 점수였다. 실력은 없지만 그냥 무조건 응시했고, 운이 좋게 125회차에 상대적으로 많이 뽑아서 합격한 것 같다. 그리고 글은 당연히 아는 만큼 최대한 썼지만, 빈 공간에 어떻게든 그림이나 그래프를 넣으려고 했는데 그걸 잘 봐주신게 아닐까…싶다.
이 글을 보고 새롭게 시작하시려는 분들, 공부하다가 잠시 중단하신 분들, 그리고 잠시 슬럼프에 빠져있는 분들 모두 포기하지말고 계속 하면 결국 합격이라는 길이 나오니 포기하지말라는 말씀 드리고 싶다. 다음 글에서는 공부시간, 답안 작성 방법 및 요령 등에 대해 정리해서 올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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